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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들레 이야기 -3편

category 일상생활/예윤이의 작품들 2013. 7. 2. 23:04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자꾸 집중이 안 되었다. 계속 이상하게 민들레 생각이 나서 그렇다.

그리고 그 때문에 국어 시험 때 어떤 문제에 모란이라고 써야하는 것을 스스로 뻔히 알면서도 실수로 민들레라고 써서 100점을 맞을 수 있는 것을 95점 맞았다. 진짜 괜히 어제 나를 다독여줬던 민들레가 갑자기 싫어졌다.

집으로 돌아와서 가방을 방 저 멀리 던져놓고 마당 구석에 핀 10송이의 민들레를 째려봤다. 나는 두 눈을 감고 민들레의 일부를 밟았다. 발을 때면서 눈을 떴더니 민들레 한 송이 줄기가 힘이 없어 축 늘어져 있었다. 나는 나 스스로 민들레 한 송이를 죽인 것이었다. 나는 얼른 그 죽은 민들레를 뽑고 담장 너머 던졌다.

그 뒤에 팔나가 놀자고 마당으로 나왔다. 언니, 민들레 앞에서 뭐해? 아........아무것도 아니야. 이 느낌이 뭐랄까, 강도가 되어 들킨 느낌이다. 그러자 내 마음을 찌르는 말이 날아왔다. 언니, 그럼 민들레 열 송이가 모두 잘 살고 있는지 보러 온거야?

그..그 그 그게 아니라.... 그게.... 아 마당에서 뛰다가 마주친거야.

그런가? 아! 아까 놀......고 싶다했지이? 같이 놀자아. 난 얼른 이 말로 분위기를 되돌려 보려고 했다. 그럼 열 송이 다 살아있는거지? 그럼....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엥? 다시.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아홉......어? 언니, 하나는?

들켰다.

아........아 없어졌네에.... 누가 주....죽였나?..... 하아...할 수 없지. 일단 언니 놀자!

나는 팔나하고 놀고 나서 내 방으로 들어와서 방문을 꼭 잠그고 책상 앞에 앉았다. 책꽂이를 살폈다. 키 작고 살짝 두꺼운 표지가 노란색인 노트를 꺼냈다. 앞표지에다 ‘민들레와 함께하는 추억’이라고 썼다. 그리고 첫 장을 펼치고 글을 쓰기 시작하였다.

4월 13일 토요일 날씨: 맑음.

마당 구석에 피어있는 민들레를 키운 지 벌써 9일째가 되었다.

민들레 열 송이가 모두 잘 살아있는데도 나는 그만 민들레 한 송이를 밟아 죽였다.

나는 그 한 송이를 담장 너머 던져 흔적을 감추었다.

그러다가 팔나가 와서 나를 괴롭혔다.

나는 억지로 그 상황에서 빠져나가서 방으로 들어왔다.

그 상황이 생긴 뒤 나는 민들레처럼 아주 작은 생명이라도 죽이고 나면 얼마나 마음이 걸리는지, 모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다.

사람이 아닌 민들레한테 가르침을 받은 것이다.

내일 사실대로 모두 얘기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민들레에 대한 이야기를 이제부터 모두 여기다가 적을 생각이다.

민들레가 어떤 또 다른 가르침을 줄까?

이제부터는 이 노란색 노트는 내 민들레랑 가진 추억을 쓰는 비밀 일기장이다. 이런 일기장은 학교 일기장보다 더 편안하게 일기를 쓸 수 있다. 앞으로 민들레랑 더 가질 추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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